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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민

ZeroPage (16)

2022 Advent Calendar


이번에 막 입사한 신입 개발자입니다.
취업 후기, 개발 트렌드 등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도움이 별로 안됩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이 평소 잘 접하지 않을 법한 내용을 적어봤습니다.
또한 누구나 볼 수 있게 위키에 적었습니다.

제목으로 이목 좀 끌어봤습니다. 뭔지 알고 오신 분들도 계시고, 아닌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무쪼록 재밌게 읽으시길 바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동물 중에서도 어떤 동물은 더욱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들의 조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이질적이고 괴상합니다. 많은 생각을 자아냅니다.
**더욱**(more)이란 단어가 과연 평등과 붙어있을 수 있을까? 붙어있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다 저런 문장이 생겨났을까??

모두 알다시피, 위 문장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온 유일 계명입니다.
초기엔 칠계명으로 시작했으나, 극이 점차 진행되며 내용이 변질되고 사라집니다. 종국엔 위의 하나만이 남아있게 됩니다.

예전에 책 뒷면에 적힌 저 문장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상술한 물음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농장의 동물들이 주인에게 맞서 혁명에 성공하게 됩니다.
초반엔 이상적으로 흘러갔습니다. 머리가 좋은 돼지의 지도대로, 낙원같은 농장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돼지 중 하나인 스노볼의 숙청 이후, 급격히 달라지게 됩니다.
점자 돼지들만을 위해 농장이 운영됩니다. 다들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흑색선전을 날리며, 반동분자는 제거해가면서.
결국엔 완전히 돼지들만을 위한 농장이 되어버리고 소설은 끝이납니다.

동물농장은 시기상 스탈린 정부 수립과 그 변질과정에 대한 비판하는 소설입니다.
재미있게도, 읽다보면 마냥 사회주의 정부의 변질만 생각나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의 근대시기가 생각납니다. 어떤 국가의 말기가 생각납니다.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권력자들에 의해 암울해지는 사회를 보여줬습니다.
정말이지 소름돋는 통찰력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여러가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중 세가지만 추려내봤습니다.
1. 쓸모 없는 존재는 존재하는가?
2. 새로운 사회(국가)는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
3. 우리의 법은 변질되지 않았나?

쓸모 없는 존재는 존재하는가? 소설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많이 샜지만, 숙청에 대한 내용을 보고 해당 물음이 들었습니다.
나폴레옹은 독재에 방해가 되는 동물들을 숙청하였습니다. 이는 분명한 목적성이 보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독재"가 아닌 "방해"에 대한 목적성입니다.

"방해"가 되니 "제거"했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행동이다. 또한 어디서든 보이는 행동입니다.
귀찮게 하는 작은 벌레를 잡아죽인다. 일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한다. 조직에 해가 되는 조직원을 해고한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조직을 해산한다. 낡은 것은 버린다.
어디서든 쓸모 없는, 현재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가지는 잘라냅니다. **이런 행동은 과연 옳은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쓸모없는 존재(집단)의 정의를 극단적으로 확장해 보겠습니다.
-- 사회에서 특정 구성원들은 필요가 없는가? 필요가 없다면 제거해도 괜찮은가? --
혹자는 벌써 반박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 물건/동물과 사람이 같을 수 있느냐. 단순한 해고와 제거는 다르지 않느냐. 하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같지 않습니다. 저 또한 이들을 동일 선상에 둘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수 없어야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성적 사고는 때때로 막혀 사라지게 됩니다.

특정 지역. 특정 나이대. 특정 **국가**. 특정 **인종** 등등. 쓸모 없다고 여기는 대상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혐오 표현은 일시적인 분노 표출일 뿐. 정말로 저들이 어떻게 되버렸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제가 하던 생각입니다. 그저 일시적인 단순한 생각입니다.
허나 작은 물줄기가 바위에 실금을 냅니다. 실금은 점점 커져 바위를 깨뜨립니다.
이미 이성이 약간 깨어진 상태에서 대대적인 흑색선전이 펼쳐진다면 저는 그 사이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스노볼을 역적으로 몰며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나폴레옹처럼, 그리고 선동되어 진실을 보지 못하는 다른 동물들처럼 말입니다.

누군가에겐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지만... 항상 주의 또 주의하며 세상을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남을 미워하는 일일수록 더더욱 말입니다.

2, 3은 쓰다보니 특정 시대에 대한 비판과 정치색을 띄는 글로 보일 수 있어 모두 제거했습니다...
스스로는 중립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평화로운 방향을 택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래의 두 물음
"우리 사회는 옳게 흘러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옳음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눈을 떼면 또 **나폴레옹**이 나타나 자신만의 농장을 건설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산만해졌습니다.
소설의 인사이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새기도 했고 특정 내용 및 표현은 잘라내다보니 아무래도 좀 지저분해서 부끄럽네요.
재미로 읽으라고 쓴 글이기에 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아직도 동물농장을 읽어보시지 않은 분들께는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기회가 되면 책 내용으로 담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책도 마찬가지.
그러니 책 추천과 토론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만 그렇다고 반갑게 맞아주지는 않을겁니다.


- 멋진 감상평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고맙습니다. 명작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잘 바뀌지 않는 것이고, 먼 과거처럼 느껴지던 냉전시대 등의 이야기가 이런것을 볼때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라는 것이 다시 생각나네요. 당장 컴퓨터를 통해 이렇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몇십년 되지 않았고요. 사회가 점차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 지 알기위해서 멋진 신세계를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권준혁

- 칠계명에서 동료는 네 발로 걷는자, 두발이지만 날개를 가진자라고 하던 돼지들이 마지막에 가서는 두 발로 걷고 양복을 입는 장면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죠. - 김도엽
- Four legs good, two legs bad가 Four legs good, two legs "b"etter가 된, 상당한 수준의 언어유희였습니다. 동시에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한재민

목표


계획


진행중


하고싶은 것


하고싶은 말


댓글

  • 네이버맨 너무 멋있어요! ^^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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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22-02-09 08: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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