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나를만든책을 모아둔 책장
JuNe이 2005년2월27일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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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지 같은 학회에서 어떤 것을 전통으로 남기면 좋을까?
나를만든책장을 권하고 싶다. (
지금그때 같은 무형적 유산과는 좀 다르다)
졸업하는 회원은 각자 자기의 대학생활 전체를 되돌아보고 그 기간동안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를만든책을 딱 한 권 고른다 -- 꼭 컴퓨터 책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책을 구입해서(아마 자신이 갖고 있던 책을 기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회에 기증한다. 이때 책 앞 페이지에는 자신의 학번과 이름, 연락처(이메일)를 적는다.
만약 기증된 책 중 중복된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권한다.
하나는 중복을 허용하는 것이다. 후배가
나를만든책장을 보면 여러권 줄줄이 꼽혀있는 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것이 하나의
어포던스가 될 수 있다. 비디오방에 가면 인기있는 비디오 테입은 여러개 꼽혀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비슷한 장점이 있다. 여러명이 동시에 빌려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과거 도서관의 도서 대출 카드를 흉내내는 것이다. 책의 첫 페이지에 도서 카드를 붙인다. 그리고 그 책을
나를만든책으로 꼽은 사람을 시간순대로 기록해 나간다. 예를 들어, 내가 "최신 소프트웨어 공학 이론"이라는 책을
나를만든책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사실
나를만든책장에서 그 책을 처음 접했다. 이미 책장에 그 책이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 나는 새로이 책을 기증할 필요 없이, 그 책의 도서 카드 하단에 내 이름을 추가한다. 그러면 그 카드에는 해당 책을 애초에 기증한 사람부터 그 책으로부터 영향받은 사람의 이름이 연도순으로 나열되어 있을 것이다.
두번째 방식은 과거 도서관의 로망을 다시금 경험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도서관 귀퉁이에서 먼지 묻은 책을 끄집어 내고는 대출카드에 아무 이름도 없는 것을 확인한다. 그때 기분을 아는가. 또,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책을 여러권 빌렸는데, 우연찮게 모두 동일인이 그 책을 20년 전에 대출했음을 발견한다. 이런 기분은 전산화된 도서관에서는 쉽사리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기증 받은 책에 대한 관리가 잘 된다면, 그다지 큰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서 아주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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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자신이 느낀 것을 후배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근데 제로페이지는 학회실이 없어서 책관리가 힘들 것 같네요. 방금 생각난 건데 제로페이지가 이 방법을 시행하려한다면, 사물함 한칸을 영구적으로 빌려서 그곳을 책장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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